학부 조기졸업과 대학원 입시 준비 얘기
15 Jul 2024조기 졸업
한양대학교에서의 학부 생활은 24년도 1학기를 마지막으로 끝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4학년부터 강의가 널널해지거나 들어야하는 학점이 적은 경우가 많다. 우리 학교도 크게 다른 점이 없어서, 이렇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강의를 들으며 4학년을 보내는 것보다 한 학기 일찍 학교를 끝내서 등록금이라도 좀 아끼려고 조기졸업을 신청했다.
어떻게 하는가?
우리 학교에서 조기졸업을 하려면 21학번은 7학기를 진입하는 시점에 학점 4.0 이상, 115학점 이상 수료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다른 졸업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 이수 강의들을 모두 들어두어야 하고, 특히 가장 중요한 졸업프로젝트가 7학기째에 끝나야 한다. 그리고 조기졸업 희망자는 학교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졸업을 하려면 본인이 챙겨야할 것들을 잘 챙겨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조기졸업 신청 후 결재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학과에 전화한 이후 바로 결재가 진행되었다. 물론 우연일 가능성도 있지만 학교에서 따로 나를 위해 뭔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학점 얘기부터 하자면, 4.0을 넘기는게 관건인데 내 마지막 기억으로는 4.0/4.5가 학과에서 30~40/150 정도의 위치이다. 등수를 보면 알겠지만, 엄청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게 쉽지도 않은 학점이라 조기졸업이나 대학원을 신경쓰고 있다면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학점을 챙기는 것은 전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커뮤니티에 “꿀강의”라고 불리는 강의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가 수강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P/F 강의와 절대평가로 이루어지는 강의들을 수강하면 부담을 많이 덜 수 있다. 4.0을 넘기는 것이 끝이 아니라 6학기만에 115학점을 들어야하는데, 그럴려면 단순 나누기만 해보아도 한 학기에 19학점 이상씩 수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헉! 그렇다면, 매 학기 힘들게 다녀야 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 조기졸업을 상대적으로 늦게 결정해서 나는 3-1과 3-2에 20학점씩 들어야 했었다. 그러고도 계절에 3학점을 더 들어서 겨우 115학점을 넘겼다. 조기졸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나는 계절학기를 적절하게 활용할 것을 권한다. 계절마다 3학점씩만 들어두어도 한 학기가 편해질 수 있다. 물론 방학에 학교를 나가는 것은 단점이지만, 사이버 강의 같은것도 있으니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힘들게 학점을 채우고 나면 끝이 아니다! 우리 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는 졸업을 하기 위해서 졸업프로젝트를 할 것을 요구한다. 조기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4-1에 졸프가 끝나야 한다. 졸프는 1년짜리이고 이걸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졸업자들은 필수로 3-2부터 졸프를 시작해야 한다. 졸프는 보통 2~3인 1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청 시점에 팀이 짜여져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사실을 몰랐던 나는 에타에서 졸프 인원을 구하는 글을 보고 연락을 해서 졸프를 진행했고, 결론만 말하자면 좋은 분을 만나서 졸프가 어찌저찌 잘 진행됐었다. 그렇지만, 급하게 졸프 팀을 구한 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고르기도 어려웠고(솔직히 마음에 드는 주제는 없긴 했다) 불안함도 있었다. 그래서 만약 졸프를 일찍 시작하게 된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한테 같이 졸프하자고 한 번 꼬셔보는 걸 추천한다.
졸프는 트렌드를 따라 대게 머신러닝 관련된 주제들이 많다. 나는 굳이굳이 시스템 관련 주제를 픽했지만,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그냥 무난한 ML 주제를 하나 골라 수행했을 것 같다 (이전에는 모든 토픽들이 ML에 절여진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연구 사례나 활용을 보면서 그런 반감이 줄어들었음). 졸프는 꼭 자신이 원하는 분야와 관련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관련 있는 주제를 택한다고 해도 의미있는 결과를 뽑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남는게 크게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나는 그냥 이후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ML 관련 주제들을 한 번 건드려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부생들한테 연구 서버들을 빌려주고 그런건 좀 어려운 것으로 보여서 이런 주제를 픽하면 학습을 돌리고 하는 부분에서 개인 사비가 지출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졸프를 잘 정해서 수행하고 꾸준히 보고서와 결과를 남겨둔다면 졸업을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팀도 사실 결과물이 좋은 편은 아니다. 우리 팀은 전체적으로 이렇게 수행이 되었다.
A에 대해 개선을 생각하라 -> A가 개선된 버전이 업데이트될 예정임을 알았음 -> 상황을 바꿔 다른 것을 개선시켜보자 -> 문서화되지 않은 구현체가 있음 -> 방향을 틀어서 로그와 관련된 기능 추가
생각보다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 그리고 주제가 진행하다 보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의욕이 없어지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이렇듯 뭔가 잘 진행되진 않았지만, 이걸로 졸업 프로젝트를 인정받았고 졸업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졸프가 잘 진행되지 않아도 꾸준히 계속 진행하면 그래도 졸업은 할 수 있을거니 너무 불안해하진 말자.
졸프와 여러 필수 이수 강의들 봉사 등등을 수행해서 졸업 요건을 맞추면 조기졸업 신청이 가능할 것이다. 4-1은 널널하니 듣고 싶은 강의 몇 개 들으면서 남은 학점을 채우면 무난하게 졸업까지 가능할 것이다.
대학원 입시 준비 과정
이번에 나는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석사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정형수 교수님 연구실에서 8월달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입시 준비부터 면접까지 한 번 얘기해보고자 한다.
석사과정 입시 준비
먼저 정량적인 학점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4.14/4.50(170명중 10등 근처되는 학점이다.)으로 대학원을 지원했다. 영어성적은 TEPS 357점이다. 입시 준비때부터 서울대학교를 생각해두고 있었기에 TEPS로 점수를 만들었다. TEPS 시험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능 영어 1등급이나 토익 800점대면 충분히 327점을 넘길거라 생각한다. 유형을 알고가면 조금 도움이 되고 문제를 다 못풀어도 하나하나 정확하게 풀어서 점수를 올리는것이 좋다.
다른 특별한 것은 동아리 회장이나 문제 출제같은 경험이 있다는 것인데 음 뭔가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 사례를 들어보면 우리 학교 기준으로 3.8을 넘기면 흔히들 말하는 대학원들에 그래도 서류를 합격할 수 있는 값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후기 지원이라 (9월 입학) 전기보다 컷이 높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원하는 랩실에 진학할 확률은 아무래도 연구실 TO가 더 많은 전기가 높을 것이다.
일부 특수한 대학원들을 제외하면 랩이 지정되어야 대학원을 진학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컨택”이라는 과정이 정말 중요한데.. 나같은 경우에는 두 곳에 컨택을 했다. 먼저 진학할 서울대학교 GSDS는 교수님께서 면접에 붙고 연락을 다시하라고 하셔서 입시 준비를 열심히 했다. 카이스트 랩(전산)에서는 가을학기 TO가 없다는 답을 받아서, 그나마 시스템 랩이 많은 전기및전자공학부로 원서를 썼다 (면접에 붙고 랩 컨택을 할 생각이었음). 원서를 쓰고 면접을 가서 붙는다고 하더라도 랩이 정해져야 되는데, 이게 가을학기는 TO가 없거나 정말 적어서 원하는 랩에 가기가 어렵다. 일단은 그래서 어찌 얼렁뚱땅 면접을 붙어보고 생각하자는 마인드로 준비를 했다.
서류는 둘 다 붙었었다. 서울대 면접이 더 빨라서 먼저 면접을 보러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면접을 본다고 정장이라는걸 사서 입고 갔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풀로 입고 오진 않더라 (물론 꽤 있긴 했음). 혹시 면접보러갈 일이 있으면 그냥 셔츠에 단정한 바지같은거 입고가도 괜찮을거임. 사실 정장산다고 쓴 돈 좀 아까웠음 (언젠가는 입겠지만 공대생은 역시 후드티…)
서울대학교 면접 얘기를 자세히 해줄 수는 없지만, 나는 GSDS에서 면접으로 나올만한 주제를 예상해서 준비해갔다. 나는 그나마 비슷할 것으로 추정했던 카이스트 GSDS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풀어보고 선형대수학이랑 확률통계론, 그리고 학부에서 배운 ML 모델들을 공부해서 갔다. 결론만 말하자면 공부해서 갔던게 도움이 됐었고 의외로 내가 열심히 했던 동아리활동이 면접에 꽤 도움이 됐었다. 사실 모집요강에 적혀있었던 것과 다르게 문제가 나와서 살짝 뭐지 싶었지만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괜찮았다. 문제를 풀고 설명하고 풀이를 다 설명하면, 면접에 들어오신 교수님들이 자소서에 적힌 내용에서 궁금하신걸 물어보시고 그냥 끄덕끄덕하시고 그대로 면접이 끝난다. 아마 문제를 잘 풀면 별 얘기 안하고 끝나는 그런 면접인듯.
그렇게 면접도 붙어서 교수님께 다시 연락을 드렸고 간단한 면담후에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는 교수님의 도장을 받게되면 합격인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 이후에 카이스트는 면접도 가지 않았다. (아! 내 원서비!) 사실 교수님과 얘기가 잘 된 건 아마 랩실에 먼저 학부연구생으로 들어가 있는 누님께서 잘 얘기해줘서 그랬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이번 8월부터 랩실에 출근하게 될 예정이다.
정말 얼렁뚱땅하고 입시가 끝났지만, 혹시라도 이걸보고 있는 대학원 지망인 후배가 있다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컨택을 하려면 최소한 지원하기 한 학기전에는 연락을 드려보는 걸 추천한다. 연구실 TO가 내정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어서 좀 텀을 두고 얘기를 해봐야 원하는 랩에 들어갈 확률이 좀 높아질 것이다. 특히, 가을학기는.. 봄학기에 TO를 모두 쓴 경우가 많아서 나처럼 거절 메일을 받을 경우가 좀 높다. 이걸 유의해서 미리미리 연락을 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학점얘기나 어떤 스펙 없으면 불가능 이런 얘기 별로 신빙성 높지 않은 것 같으니 소신껏 지원하면 좋겠다.